7살 때 지게 지고 시작했다?! 돈이 모이면 한 다랑이씩 사서 늘려온 지리산 비탈 아홉 '다랑논' 80년 농부 인생 이야기 [자연의 철학자들 KBS 20221028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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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3-12-04
■ 지리산에 다랑논이 있다
지리산 아래,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엔 산비탈을 개간해 층층이 둑을 쌓고 물을 가둬 만든 다랑논이 있다. 평생을 척박한 다랑논을 일구고 농사짓고 살아온 김봉귀 (84), 임옥남 (85) 할머니. 농사지어 조금씩 돈이 모이면 한 다랑이씩 사서 늘려왔다는 노부부의 다랑논은 모두 아홉 다랑이. 여기에 기대어 자식 여섯을 굶기지 않고 키워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정성으로 가꿔온 다랑논은 깊은 주름 사이사이로 다른 생명들도 키워냈다.

■ 농사는 자연과 나눠먹는 것
경사 20도 산비탈의 다랑논은 사람이 만든 작은 습지다. 개구리가 낳은 알에 소금쟁이 떼가 모여들고, 그새 자란 올챙이는 지렁이 체액을 빨아먹고, 그런 올챙이를 잠자리 유충이 공격한다. 논이라는 공간에서 생명들이 먹이사슬을 이루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사는 것이다. 벼가 좀 자라면 고라니, 멧돼지들이 내려와 뜯어먹기가 예사다. 그렇게 논을 망쳐놔도 할아버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농사는 자연과 나눠먹는 거라 여기면 성낼 일 없이 마음 편하다.

■ 자연의 이치가 그런 것을...
7살 때부터 지게 지고 농사일을 시작한 김봉귀 할아버지. 8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는데 한 해 한 해 자연이 내어주는 것이 다르고 커가는 모습도 제각각. 그래서 매번 할 때마다 새로운 것이 농사란다. 올해는 시작부터 시련이 많았다. 날이 가물어 물이 부족해서 위쪽 다랑논에는 모를 심지 못했다. 비가 안 와서 논을 묵혀둔 건 또 처음이다. 또 강력한 태풍이 들이닥쳐 다 키운 고춧대가 쓰러져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랴. 다 하늘의 뜻이고 자연의 이치인 것을. 그저 거둬들일 것이 있다는 것에 할아버지는 감사해한다.

■ 평생 농부로 살아보니...
올해는 다랑논의 수확량이 영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내 손으로 직접 지은 건강한 밥을 먹일 수 있으니 그것이면 족하다. 김봉귀 할아버지는 수확이 끝난 논에 남겨진 이삭을 줍지 않는다. 다랑논 위쪽 산자락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요긴한 겨울 식량이 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제발 힘든 농사일 그만하라지만, 할아버지는 이 가을 벌써 다랑논에서 내년 농사할 날을 기약한다. 농부로 사는 게 가장 행복했으므로.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한 조각 자연이어라

#자연의철학자들 #지리산 #농부

All Comments (21)
  • @user-zv8xn8ex2x
    아들이님 절하는 모습에 자식 넘잘키우셔네요 요새보기드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네요 어르신두분 건강 하셔요
  • @user-px1co3gl7r
    대단하신 어른 입니다, 자연에 순응 하시며 함께 하는 산소 같은 맑은 분이네요.
  • @user-xf5bk2ts6b
    따뜻한 사랑과자연 함께 하시고 아름다운 마음심에 존경을 전합니다.
  • @user-rz3yi7dz5v
    못줄 잡고 모심고 벼 베고 ,,,,,늙어가면서 그시절이 행복한 추억이 됐네요,,,,참은 어머니가 이고 온 국수 한사발,,,,눈물만큼 아름답습니다
  • @user-vm2iz8gr6v
    두분 천사 입니다 자연에 순응하고 사시는모습이 저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네요 쭈욱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 @jung_208
    아드님 절하신모습에 뭉클해집니다
  • @user-bi7wk6sz3f
    다른 출연자들처럼 문학적이고 멋진 말들은 없지만, 후손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잘살아오신 훌륭한 어른이십니다. 감사합니다.
  • @user-ht1mo3kj4i
    참감사하조 두내외분깊은 잔주름 감명입니다
  • @user-in3qz7gd3f
    두분어른신들 행복하게사시는모습 넘 좋네요.건강하게 오래오래사세요~ 앞만보고 달리는저에게 울림있는 영상이네요
  • @user-em7wb7qq9c
    저렇게 살면 죄 지을 일이 없겠네. 아들이 부모예게 큰 절 하는거 보니 자식 농사도 잘 지으셨고...
  • @user-mi4ux7yx3t
    88 년도. 지리산 처음 찾았을 때 보았던. 비탈진 산에 쌓여있던 논을 본 경이로운 풍경이 기억난다...
  • @user-ox8fx4kv2k
    그아버님의.그아드님.입니다.아버님.일은.운동됄만큼만.하시고.몸좀.편안하게.쉬어주세요.지켜보는.아드님이.딱합니다.늘.건강하세요..존경스럽습니다..
  • @user-ge5jy9xy2u
    옛 어릴적에 생각이 납니다 ~~좋은영상 감사합니다
  • @user-gj4ps5ll2d
    어르신 모진세월 살아내시느라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순전히 삽으로 한삽한삽 일구어 논둑만들고 논을만들어 농사지어오시느라 얼마나 고단한 세월이셨습니까 ! 그래도 긍정의 마음으로 넉넉히 살아가시니 위대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이젠 일손놓으시고 편한 여생보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구경도 다니시면서 맛난것도 많이 드셔보시고 이좋은 세월 좀 누려보셨으면 합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백수하십시오 ♡
  • @Happyhan
    소일거리 정도로만 하라고 하셔도 어르신들은 몸이 고단해도 계속 하시더라구요;; 몸이 아파도 마음이 좋아서 그러신 거겠죠? 누구나 한번 사는 삶에 아파도 무언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가 되묻기도 하고요. 모든 분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면서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